김영진 평론가(이하 김) : 다들 이번이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인가? (관객들 다수 '아니요~') 이거 또 환자들만 모였군.(웃음)
Q : 상현은 강우만 죽인 것이 아니라 맹인 신부 또한 죽였다. 극중에서는 강우를 죽인 죄책감에 대해서는 표현이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이하 박) : 별 이유는 없다. 노신부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강우의 경우 그 죄책감은 상현과 태주가 공유하는 죄책감으로 그것을 그리는 것이 중심이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노신부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상현에게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했었고 그로 인해 그 살인은 상대적으로 상현이 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Q : 영화에서 보면 실가위를 입 안에 넣었다 뺐다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박 : 입은 무언가가 밖에서 들어오는 통로라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다. 갖은 것들이 들어오지 않나. 태주가 상현에게 '넌 병균이야' 하는 것처럼 병균 같은 그런 것들. 밖에서 무언가 내부로 침입하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Q : 상현은 태주를 죽이고는 그녀의 피를 빨고, 그녀에게 피를 준다. 그 전에 그들을 바라보는 라여사의 시선을 보고 상현이 깜짝 놀라는데, 라여사의 그 시선이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박 : 그 장면은 1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구상할때 처음으로 생각한 장면이다. 단 6~7페이지 정도의 원고로 결말 부분도 없던 시기에 가장 먼저 떠올렸던 시퀀스다. 라여사의 그 시선이 관객의 시선일 수도 있다. 상현은 그 시선을 보고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깨닫는다. 태주를 살해하고 참아왔던 흡혈의 본능이 눈을 떠 그는 태주의 피를 빤다. 그러던 중 라여사의 시선을 받고는 그는 지금의 자신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태주와 서로서로 피를 빨면서 그들의 피는 순환되고 그로 인해 또 하나의 뱀파이어가 탄생한다.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이다.
Q: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의 영감을 얻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읽었는데, 그 소설의 등장인물과 영화의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유사성이 보인다. 의도한 것인가?
박 : 그렇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여자 주인공 이름을 생각하다가 음차적으로도 맞고해서 처음에는 태주, 이어서 나머지 캐릭터들의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다만 상현은 아니다. 이유는 상현의 캐릭터가 소설의 캐릭터와 가장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현. 앞으로 해도 현상현, 뒤로 해도 현상현 으로 지었다. (스테판 주: "테레즈 라캥" : "박쥐" => 테레즈 : 태주, 강우 : 카미유, 라캥 부인 : 라여사, 로랑 : 현상현)
Q: 박찬욱 감독의 지난 영화를 보면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상현은 자신의 선택으로 뱀파이어가 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자살을 선택하는데 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박 : 어떤 동기나 이유를 감독이 답해서 정해주면 영화가 협소해진다. 관객의 생각과 견해가 곧 감독으로서 얻는 것이고 남는 것인데 그 재산을 줄이는 일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영화 DVD 코멘터리를 꺼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어떤 운명이든, 혹은 신의 뜻이든 자신이 그렇게 된데 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김 : 이쯤에서 밥값은 해야겠다. (웃음) 이 질문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비판하는 시선들 중 하나이다. 영화사적으로 과거의 영화들은 인과론적 관계를 따랐다면 시간이 흘러 영화가 발전하면서 점차 인과론적 관계에 반해 여백과 틈을 열어두는 식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현대 영화의 흐름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다.
Q : 영화의 마지막에서 고래가 피바다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박 : 각본상이나 스토리보드상이나 애초에는 그런 장면이 아니었다. 그 장면은 영화의 완성단계에서 이루어진 마지막 변화이다. 각본상에는 훨씬 복잡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피로 가득한 바다는 동일하지만 그 바다에 알수 없는 생명체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등장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풍경의 그 곳. 영화의 초반에 보였던 지네. 날개 달린 커다란 지네가 하늘을 뒤엎고, 상현이 보게 되는 몸의 진드기. 거대하고 다리가 길게 확장된, 맘모스 크기의 진드기가 바다를 걸어 다닌다. 그런 극단적인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다. 허나 주위에서 영화 완성 후 만류를 하더라. 사랑 이야기에 꼭 그럴 필요가 있나하고. 나도 관객들이 보고 싫어하지 않을지 항상 걱정한다. (웃음) 원래 의도는 죽기 직전 이 순진한 신부가 보는 환영 속에서 자신이 죽은 후에 갈 곳, 그 지옥인지 천국인지 모를 낯선 환경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관객이 인물과 함께 하면서 느낄 비극적 감상을 날려 버릴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어린 아이처럼 유치하고 낭만적인 환상 아닌가. 그러나 낭만적이지도 않은. 영화에 들어간 것은 고래 암수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는 듯한데 그 곳이 피로 가득한 바다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그로테스크 하지 않나. 이런 이미지도 영화와 어울릴 것 같았다.
Q : 일종의 영화의 오독의 결과에 바탕을 둔 질문이다. 어찌 보면 이 질문은 감독이 아니라 신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 상현의 죽음이 결국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의 상현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순교를 위해 그의 목숨이 아니라 그의 신념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위험한 환경에 놓고 그를 시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성경의 욥처럼 말이다. 이 영화의 신을 보면 기존의 기독교에서의 신이 아니라 마치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간만이 착하게 살아야하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 정말 신에게 물어봐야할 질문 같다.
박 :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그 기도는 자신을 구원하는 기도가 아니라 자신을 자책하는 의도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의견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엠마누엘 연구소에서도 순교와 자살을 혼동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데, 이 영화에서 상현은 (순교에 대한) 욕망이 강한 신부다. 애초에 시나리오 상에서는 상현의 그런 면이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마무리
박 : 인터넷에서 험한 말도 많이 듣곤 했는데(웃음),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
오늘의 상영회와 대담 자리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얻은 보너스.
영화 개봉과 함께 출간된 소설 "박쥐"에 박찬욱 감독의 사인을 사삭 받았습니다^^
개봉 날에 이어 이 "박쥐"를 두 번째 보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은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영화 참 재밌는데 말이죠.
2009/05/05 - [Movie/Review] - [리뷰] 박쥐 (Thirst, 2009)
2009/05/03 - [잡동사니] - "박쥐" 스페셜 상영회 당첨!
2009/04/10 - [잡동사니] - "박쥐" 예매 완료!
2009/04/08 - [Movie/News] - 박찬욱 감독 신작 "박쥐", 정식 예고편 공개!
2009/04/06 - [Movie/News] -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 정식 예고편 유출본 공개
2009/03/16 - [Movie/News] -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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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영혼도 사랑도 없는 삼류 좀비 영화
Tracked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2009/05/10 22:09] 삭제내게 있어 영화는 일종의 휴식이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의 장르는 굳이 따지지 않는 편이지만, 단 하나 좀비 영화만은 딱 질색이다. 도대체 그 역겨운 화면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걸 왜 좋아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지난 금요일에 영화 <박쥐>를 봤다. '영혼을 뒤흔드는 치명적 사랑' 이야기를 보고싶어서였다. '영혼을 뒤흔드는 치명적 사랑'이라고?결론은 영화에 '영혼을 뒤흔드는 치명적 사랑' 이야기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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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Thirst
Tracked from SCiHiFi [2009/05/12 00:16] 삭제*스포일러 안내 아래에 해당하는 분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원작인 "테레즈 라캥"과 "박쥐"를 읽을 생각이 있다. 원작인 "테레즈 라캥"만 읽을 것이다. "박쥐"를 보지 않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서 대중적으로 실패햇으므로 다음 영화에서는 좀 더 고려해야 한다. 혹시나, 글이 잘 안 써지는 이유는 많은 것을 놓친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박쥐를 한번 더 보았다. 금요일에 집에 내려가는 차편이 심야에나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강변 CGV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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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찬욱 감독의 몽환적 상상의 결정판 [박쥐]
Tracked from 모과 향기 [2009/05/12 00:19] 삭제공포물을 좋아 하지 않는 내가 본의 아니게 [박쥐]를 관람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들의 권유로 [인사동 스캔들]을 보러 갔다가 관람 시간 관계로 [박쥐]를 보게 됐다. 뱀파이어가 된 송강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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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Thirst, 2009) 감상평
Tracked from 웃음프로젝트 [2009/05/13 22:24] 삭제영화를 보게 되다... 개봉 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영화 박쥐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송강호의 성기노출로 인해 사람들의 말이 많아진 영화로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상반된 평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싫어하고 욕하는 평이 있는가 하면, 심오하고 뭔가 얘기하려는게 많은 영화라는 등의 여러 엇갈린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었다. 결국, 그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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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하도 야하다는 애기만 들어서 인지 별로 내키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뱀파이어 이야기를 이런식으로도 풀어낼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다시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기두 하구요, 태주를 죽이는 상현을 바라보는 라여사의 시선은 갠적으로 섬뜩했습니다.^^
인터뷰를 보고 나니 장면에 대해서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좀더 이해할수 있어 좋았습니다.
상현을 바라보는 라여사, 그리고 이어지는 시퀀스가 참으로 압권이죠^^
오, 사인을 받았군요. 감축드립니다. ^^
<덧> 실은 다른 얘기를 한참 하고 있던 중에 이상하게 화면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글을 다 날려버렸네요. 뭐 다행이다싶기도 합니다. 위에서 박 감독이 하고 있는 말을 살짝 씹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그거 그러지 말라고 컴터가 무슨 신호를 보낸 모양입니다. ^^
2007년 SICAF 때 박찬욱 감독 뒷열에 앉았었으나 들고간게 아무것도 없어서-_- 차마 사인 못 받았던 아쉬움을 풀었드랬죠^^
아 부럽습니다 부럽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ㅇ>=<
고래장면이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김영진 평론가님 센스...OTL '이거 또 환자들만 모였다'라니 ㅠㅠ
흐흐흐^^
저도 넘 부럽네요.
다음에 올라온 이글 제목보고 왔는데 넘 부럽습니다.
박감독님 이야기를 들으니 영화를 좀 더 입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
감사합니다^^
아 너무 보고 싶습니다 박쥐 ㅜ.ㅜ...근데 편의점 앞에서 친구랑 얘기하는데,
옆에 어떤분들이 얘기하는걸 들었는데 박쥐의 결말을 얘기해버리시더군요....-_-ㅋ;;;;
OTL
그러고보니, 요새는 뱀파이어를 그냥 공포물식의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줄어든듯 하군요ㅋ
렛미인,트와일라잇,박쥐 까지~
이젠 "좀비"로도 멜로물이 제작되는 날이 올지도...-_-;;;;;;;
곧 나올텐데요 아마...<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바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 될 예정입니다^^
그걸 깜박했었군요!!
오만과편견의 좀비화~ 아 전에 그 소식을 접했는데 ㅋ
그걸 잊고있었네요 ㅋ
사실 이 영화보고 궁금해서 혼자 앓듯이 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내용이 정리된 걸 발견해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제가 궁금했던(박쥐를 본 사람들이라면 다들 궁금했을 듯 한데요) 부분을 박찬욱 감독이 답변을 많이 해 주셨군요.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스테판님도 갔다 오셨군요. 역시 매니아 이십니다. ^^ 좋은 경험이 되셨겠네요. (으아~아 좋겠다~)
흐흐^^
Q : 영화에서 보면 실가위를 입 안에 넣었다 뺐다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박 : 입은 무언가가 밖에서 들어오는 통로라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다. 갖은 것들이 들어오지 않나. 태주가 상현에게 '넌 병균이야' 하는 것처럼 병균 같은 그런 것들. 밖에서 무언가 내부로 침입하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 이 부분은 감독님의 해설을 들어도 잘 모르겠군요. 입이 밖으로 나오는 통로라는 것은 좋은데 왜 가위를 넣었다 뺐다 하는지에 대한 답은 확실치 않네요...아직도 궁금한데..
무기를 넣었다 빼는, 어떤 살의의 출입구 정도로 보면 되겠지요^^
좋았겠네요 부럽당...
^^
꽤 흥미롭게 잘 읽고 갑니다.
박찬욱 감독 참 괜찮은 영화인이예요. ^^*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비밀댓글 입니다
예, 인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스테판's Movie Story(http://moviestory.net) 이라고 (혹여 주소까지 가능하다면) 표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몸 담고 계신 곳을 평소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평소 지금 이 곳을 잘 보고 있답니다. ^^
신문에서 너무 단편적으로 다뤄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저는 역시 중환자실이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ㅎㅎ
저도 같이 입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