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돼.' 라는 우리 미스 양의 어록이 떠오른후 시작되는 영화는 고등학교 시절 얼굴이 시뻘개친채, 반 단체사진에 찍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뛰어오른 그녀의 얼굴을 비춥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그녀의 안면홍조증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고, 그녀는 연모하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자, 지금은 동료교사인 서종철 선생 앞에서 열심히 (진짜) 삽질 중입니다. 아... 삽질!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왕따 인생을 걸어오고 있는 양미숙은 사실, 동정의 여지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괴팍합니다. 집 살 돈을 모은다고 교무실에 묵고 있으며 요상한 좌욕기에, 거울에 붙어있는 일종의 좌우명은 '1등에 목 맬 바에야 목을 매고 만다.' 일 정도니 말입니다. 미숙은 4년전의 티코 안에서의 일 때문에 종철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오고 있는데, 그때 이쁘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대우받는 이유리가 유부남인 종철과 사이에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사이를 방해하려 계획합니다. 미숙은 유리와 같은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쳤으나, 러시아어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유리에 밀려 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종철 + '이쁜 것들!'에 대한 증오가 그녀의 삽질을 부추깁니다. 그 계획에 미숙이 끌어들이는 이는 종철의 딸 종희. 종희는 학교에서 왕따로,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미숙과 의기투합합니다.
"미쓰 홍당무"의 가장 큰 매력은 양미숙을 필두로 한 캐릭터들에 있습니다. 외모적 컴플렉스와 자기 자신을 옹호하는 각종 궤변으로 무장하고, 사회성에서도 부적합한 성격을 가진 양미숙은 존재 자체로도 큰 웃음을 주며, 그녀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양미숙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인 왕따 종희는 월등한 'EQ'로 미숙을 당황케 할 정도의 활약을 보입니다. 그리고 미숙이 뒤로는 이를 갈고, 앞에서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유리는 누구나 좋아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자기 자신을 내숭으로 감싸고 있으며, 거기에 살짝의 백치미도 더하고 있습니다. 이 주요 여성캐릭터들이 펼치는 소동은 크게는 미숙-종희의 계획이 이행되는 모습을 통해서 보여지지만, 산발적으로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이야기들이 더 크게 두드러집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화나 상황은 그 각각으로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만큼 영화는 이들 캐릭터성에 기대는 면이 큽니다. 역시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인공인 양미숙으로 그녀의 캐릭터는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으로 비춰집니다.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어처구니없는 행동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비웃음은 중간중간 당혹감을 주는데,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컴플렉스의 면모가 종종 우리네가 가지는 그것과 겹쳐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비웃음은 씁쓸한 자조적 미소가 되며, 동정할 여지가 없던 양미숙에게도 동정의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아니라면, 당신은 엄.친.아 or 엄.친.딸?!) 영화는 '이상한 행동에도 이유가 있다' 며 양미숙의 삽질을 감싸려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기도 하는데, 양미숙의 비호감적이고 엉뚱한 캐릭터가 불러일으키는 상황으로 인해 그러한 모습조차도 폭소를 자아냅니다. 삽질...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삽질에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라고하니까는 여기 팠다가 덮었다가 저기 팠다가 덮었다가...되짚어보면 대체 뭐한건지 알 수 없는 그 삽질. 내가 한 삽질에 이유를 붙이려고 들수록 이 역시도 별 필요없고, 그래봤자 달라질게 없다는 것을 느끼는 그 과정을 양미숙이 밟고 있습니다. 영화는 마무리 부분의 해결 과정에서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축제라는 이벤트를 활용하는 조금은 진부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변함없이 왕따, 아웃사이더이자 삽질인생을 역시나 주욱 살아갈 미숙을 그리면서 그 부분을 그저 약간의 아쉬움 정도로만 남게 만듭니다. 미숙에게 한바탕 큰 삽질 후에 남은 것은 변함없는 현실과 그나마 앞으로의 삽질 인생을 같이할 친구 정도입니다.
양미숙을 연기한 공효진은 망가지는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비호감 자체인 역할을 너무도 훌륭하게 연기해냈습니다. 그녀의 필모 중 가히 최고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보입니다. 최근 "미인도", "박쥐" 등의 영화에서 여배우의 노출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배우의 노출이 곧 이미지 변신이나 연기력 인증으로 비춰지는 지금의 모습에서 "미쓰 홍당무"와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은 여배우가 노출만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물론, 다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황우슬혜와 서우도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합니다.) 제작자로 참여한 박찬욱 감독이라는 든든한 방패막 및 지원군도 큰 효과를 내긴 했겠지만, 이경미 감독은 독특한 생각과 이야기로 인상적인 장편데뷔작을 만들었습니다. 이경미 감독의 이후의 행보에도 기대를 걸어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moviestory.net/trackback/1469
-
Subject: 이경미의 '미쓰 홍당무'
Tracked from popinjay [2008/10/17 16:19] 삭제삶은 희극이다. 내가 겪지 않는 한. 당사자는 슬픈데 보는 사람은 웃긴다. 남의 울음은 나의 웃음이고,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다. 웃음은 때론 그렇게 잔인하고 가학적이다. 동정이란 일말의 네거티브 감정을 품기도 하지만 이는 나의 안일(安逸)이 확보됐을 때 부릴 수 있는 여유이자 사치일뿐, 내 삶이 비극으로 변하는 순간 타인에겐 희극이 된다. 아 이 고단한 시트콤 인생.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채플린의 애수를 연기하고 있고, 거울상에 반사된 자신의 우..
-
Subject: 미쓰 홍당무
Tracked from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이첼도, 알프레드도 없... [2008/10/19 16:01] 삭제코미디 영화의 구성은 관례처럼 되어버린 일반적인 수순이 있습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장르적인 매력인 웃음을 안겨주다가, 갈등을 겪게되면서 잠시 무거워진 후 그것이 해결되면서 유쾌한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시간적인 흐름과 구성은 우리나라나 할리우드의 코미디 영화나 모두 똑같습니다.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코미디 영화들은 이러한 틀 속에서 밸런스를 훌륭히 맞춰나가며 완성도를 높이고, 동시에 장르적인 요소들을 런닝 ...
-
Subject: [미쓰 홍당무] 그래 나도 내가 못난거 알어. 쓰잉.
Tracked from 렉시즘 : ReXism [2008/10/20 11:23] 삭제- 처음 제작 소식이 들릴 때 공개된 이 스틸컷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때 이미 어떻게 만들어지던간에 이건 봐야겠다는 울림이 생겼다. 아 공효진의 의지를 머금은 표정과 서우의 뾰루퉁을 보시라.- 막상 보니 이걸 어찌 표현해야 할 영화라고 해얄지 모르겠다. 기대한 것과 다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는데, 그렇다고 이건 실망이라는 것과는 좀 다르고... 예측한 방향성 자체가 없게 만드는 휘황한 구조가 맘에 들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생각보다 대중...
-
Subject: 미쓰홍당무, 한국코미디영화의 역사로 기록될 듯
Tracked from 거다란 geodaran.com [2008/10/20 16:52] 삭제* 하도 웃어서 정말 눈물이 나왔다. 한국영화 역사상 이보다 더 우스운 코미디가 없었다고 확신한다. 얼마만이냐 이렇게 후련하게 보는 영화. 사실 이 영화의 리뷰는 너무나 웃기다는 거 이게 전부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러나 블로거뉴스에 보낼려면 좀 더 양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웃긴 거 말고 아무 생각도 안나지만 대가리 짜내서 억지로 늘려봤다. 미쓰홍당무의 웃음은 회화적이지 않다. 우리나라 시트콤처럼 '맞다 맞어'를 연발하는 사실적 장면으로 만..
-
Subject: 미쓰홍당무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야
Tracked from 인당수 [2008/10/22 02:09] 삭제영화는 한 학급의 수학여행 사진에서 출발한다. 단체사진 속 여자주인공 미숙은 괴상한 얼굴을 하고 맨 뒷줄 단체사진에 담겨 있는데 그녀를 쳐다 본 것은 그녀의 담임선생뿐, 같은반 아이들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영화 후반에 단체사진을 찍는 순간이 좀더 세밀하게 보여지는데 거기서부터 미숙의 착각속 사랑은 시작 되었나보다. 모두다 미숙을 따돌리는 순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바라봐준 사람은 담임선생님 뿐이었으니. . 영화의 매력은 대사에 있었다. 텍스트의 향..
-
Subject: 미쓰 홍당무(2008) - ★★★★
Tracked from 제 3의 공간 [2008/10/22 09:09] 삭제주변 분들이 하나같이 너무나 칭찬을 많이 했던지라 과연 어떤 영화일까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나 역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개인적으론 국내에서도 드디어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이 굉장히 반가울 뿐더러 한편으론 감동적이기까지 할 정도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아멜리에' 못지 않은 우주 최강 캐릭터 '양미숙'이 등장한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매번 헛물만 키며 스토커 기질까지 다분한 '양미숙'이란 인물을 둘러싸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이 남자의..
-
Subject: 미쓰 홍당무 _ 궁상이라 욕해도 좋다!
Tracked from the Real Folk Blues [2008/10/23 11:23] 삭제미쓰 홍당무 (2008) 궁상이라 욕해도 좋다! 개봉 전 부터 제법 화제가 되었던 <미쓰 홍당무>를 오늘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는지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다시피, 박찬욱 감독 제작작품이라는 점 때문이었죠. 일반관객들에게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작품이다라는 걸 마케팅 측면에서 강조하여 홍보하고(전 근데 아직도 박찬욱 감독이 대중적인 홍보 포인트가 된다는 현실이 아이러니하게만 느껴집니다. <싸이..
-
Subject: '미쓰 홍당무' 본격 캐릭터 열전 무비
Tracked from badnom.com [2008/10/25 15:26] 삭제여태 보아왔던 코미디 영화의 전형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이다. 얼마나 관객을 납득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느냐가 흥행의 관건이 되겠다. 여타 코미디 영화에서도 독특하고, 범상한 캐릭터는 등장했었다. 하지만,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은 단순히 익살스러운 웃음의 코드가 아니다. 얼필, 처연해 보이기까지 하고, 그녀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렇게 못된 년도 또 없다. 아무튼 본격 왕따 민폐 캐릭터라 보면 무방하다. 이런 캐릭터의 범상함은 비단, 양미숙만의 문..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 사람과 사람의 교감! 人터넷의 첫 시작! 댓글을 달아주세요! :::
근데 왜 이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인가요? 특정 장면이 문제라도?
장면으로는 그렇게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영화가 다루는 내용이 불륜이고 그런 관계라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간만에 대폭소 하면서 본 영화였습니다 ㅎㅎ;;
정말 많이 웃었던 영화였어요^^
Stephan님의 의견을 보니 더욱 재밌게 느껴집니다. 하하~
추천해드립니다^^
비밀댓글 입니다
앗,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문단 중간 "왕따 인상->왕따 인생"?
두 번째 문단 밑에서 두 번째 줄 "종철의 달 종희->종철의 딸"?
대략 오타요 ㅋㅋㅋ
아..시험 끝나면 ㄱㄱㄱ...
오타남발^^;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와. 보고싶습니다!
이번주는 바빠서 힘들것 같고 다음주 중에는 꼭 봐야겠어요.
많은 분들이 극찬을 하셔서 참 기대되는 영화네요.
꼭 보세요^^ 영화 정말 재밌습니다.
공효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는 배우는 아니지만..포스터 보고 엄청 놀랐습니다.ㅋ
그래도 스타일 하나로 먹고 들어가는 배운데, 이번 캐릭터 컨셉이 ㅋ
아 전 참고로 서우 좋아합니다. -_-^
공효진 같은 경우 이번에 이미지변신+연기력입증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지요.
호오...옥션쿠폰을 써야 할 때이군요...
달리세요^^;
상반기에 '추격자'가 있다면 후반기엔 '미쓰 홍당무'라는 걸출한 데뷔작이 나오네요...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트랙백 걸고 갑니다. ^^
상반기/하반기 괜찮은 영화 두편이 모두 신인감독이란 것에서...앞으로를 더욱 기대해봅니다^^
우리나라 20대 여자배우들중에서는 공효진이 참 돋보이는것 같아요.. 연기력도 좋은데다가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지만 개성있는 얼굴에 패션감각까지..
하지만 본좌는 임수정.. '- '...
연기폭에 있어서는 손예진이 기대할만 한데... 드라마 "연애시대" 이후에는 영~이네요;; 이번 영화도 기대 안되고..
임수정도 스펙트럼이 다양하죠.. 장화홍련/Ing/새드무비/각설탕/싸이보그지만괜찮아/행복등 필모그래피 보면 다양한 캐릭터를 했는데도 아직까지 대중에게는 미안하다사랑한다의 그이미지가 강해서리.. 손예진도 꽤 기대했었는데 영 아닌것같아요...
임수정은 "행복"에서는 참 좋았던 느낌이 있네요^^
스테판님은 인상적으로 보시고 오셨군요. 저는 딱히 좋은 영화였다는 생각은 안들더라고요. 보면서 마음껏 웃으며 나올 수 있기를 바랬었는데, 별로 웃기지가 않아서.. -_-a 몇 번 안웃었던 것 같아요.. 'ㅁ'
"추격자"와 더불어 2008년의 한국영화 속 발견이랄까요^^ 정말 많이 웃었네요. 장면하나하나가 대박이라인지라..
정말 말씀하신대로 여배우가 노출이 아니라 연기로 주목 받은 것이 얼마만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정말 인상적인 캐릭터 영화였습니다~
간만에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늦게나마 질문하나 올립니다. // ㅋㅋ 근데 왜 이영화가 19세인지;;
성적인 은유와 표현, 불륜이란 관계 등의 복합적인 결과물이겠지요^^
전따와 전따 애인에게 축복이 있길 바랍니다.. ㅎㅎ
흐흐흐^^
영화를 보니까 시네마스코프가 안 어울릴 듯 하면서도 뭔가 어울리더군요. 특히 어학실에서 얘기하는 장면에서의 시네마스코프가 만들어내는....그..묘한 긴장감..이랄까요? 뭔가 현장이 다 보이는..
필름2.0이던가 씨네21이던가에서 화면비에 대해서 이경미 감독이 이야기하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잘 기억이 안나는데, 후반부 어학실 장면에서 등장인물을 한 화면에 다 잡고 싶었다 였던가..